전주 박다옥 빌딩에서 만난 오래된 도심의 깊은 결
가을비가 갠 뒤 오후, 전주 중앙동 골목을 따라 걸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오래된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골목 끝에서 회색 벽돌과 붉은 벽면이 섞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이 바로 박다옥 빌딩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상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창틀과 간판의 질감이 다릅니다. 건물 입구 앞에는 낡은 대리석 바닥이 남아 있고, 현관문 위에는 옛 글씨체로 새겨진 표식이 남아 있었습니다. 주변의 카페나 상점들보다 낮은 층수지만 존재감은 뚜렷했습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한 번쯤 눈길을 주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1. 전동성당에서 이어지는 도심 산책 길목에 자리
박다옥 빌딩은 전주 전동성당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습니다. 길이 좁지만 양쪽에 오래된 상가들이 늘어서 있어 걷는 내내 전주의 옛 도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버스로 오면 중앙시장 정류장에서 내려 약 3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바로 앞 도로는 폭이 좁아 일시 정차는 가능하지만 장기 주차는 어렵습니다. 근처 공영주차장은 전주객사길 쪽에 있으며 도보 6분 정도 거리입니다. 도로 표지판에는 ‘중앙동2가 문화거리’라는 안내가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후 시간대에는 차량이 많지 않아 이동이 수월했고, 골목에 퍼지는 오래된 건물의 냄새가 도시의 역사를 그대로 전하는 듯했습니다.
2. 오래된 상가의 흔적이 남은 실내 구조
1층은 상점 형태로 개조되어 있었고, 내부 벽면에는 이전 세대의 타일 무늬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계단 손잡이는 철제였지만 곳곳에 사용감이 있어 세월을 느끼게 했습니다. 복도 끝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좁은 공간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고, 천장은 낮은 편이라 아늑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외부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거리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될 정도로 구조가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건물이 지닌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에는 건축 연도와 설계자의 이름이 남아 있었고,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상업건축의 양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3. 건축적 가치와 남겨진 흔적의 의미
박다옥 빌딩의 가장 큰 특징은 외벽의 벽돌 패턴입니다. 일정하지 않은 크기의 벽돌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 남은 미세한 균열조차 건축 당시의 기술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창문은 목재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일부는 복원 과정에서 유리만 교체된 듯했습니다. 건물의 각진 구조와 간결한 장식은 당시 상업건물의 실용적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내부 벽에 남은 간판 흔적과 오래된 페인트층이 겹겹이 쌓여 있어,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을 품은 건물임을 실감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단순한 상가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평가받을 만했습니다.
4.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주변 환경
박다옥 빌딩 주변에는 오래된 인쇄소, 전통 찻집, 수제화점 같은 가게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길가에는 담쟁이덩굴이 벽을 타고 올라가 초록빛을 더하고 있었으며, 간판들은 각기 다른 세대의 디자인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뒤편으로는 작은 쉼터가 있어 벤치에 앉아 도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햇빛이 서쪽 벽면에 닿아 붉은 벽돌의 색이 한층 짙어졌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별다른 꾸밈은 없지만, 낡은 질감이 도시의 속도와 대조되어 오히려 여유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도심 코스
박다옥 빌딩을 둘러본 후에는 전동성당과 경기전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두 곳 모두 도보 10분 이내 거리이며, 중간에 중앙시장이나 청년몰을 지나며 간단히 간식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오후 늦은 시간대에는 거리의 조명이 켜지며 건물 외벽과 어우러져 사진이 잘 나옵니다. 근처에는 ‘다우카페’와 ‘오목대 전망대’가 있어 차 한잔하며 도시 풍경을 바라보기에도 적당했습니다. 한 바퀴 돌아보면 전주의 옛 중심지가 어떤 흐름으로 변화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관람 시 참고할 점과 시간대 팁
건물 내부는 상가로 활용되고 있어 별도의 입장 절차는 필요하지 않지만, 평일 낮 시간대가 가장 조용했습니다. 사진 촬영은 외부에서 가능하며, 내부 방문 시에는 입점된 가게의 영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벽돌 색이 더 깊어지며 분위기가 한층 인상적으로 변했습니다. 바닥이 약간 미끄럽기 때문에 굽이 낮은 신발을 권합니다. 여름철에는 내부 통풍이 약하므로 짧은 시간만 머무는 편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공기를 느끼려면 붐비지 않는 오전 시간이 가장 적합했습니다.
마무리
박다옥 빌딩은 화려하지 않지만, 전주의 역사적 결을 가장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건축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벽돌 한 장, 오래된 간판 조각 하나가 모두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새 건물들 사이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방문한다면 햇살이 비스듬히 드는 오후 늦은 시간에 천천히 둘러보고 싶습니다. 도시 속에서 세월이 멈춘 듯한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이곳을 추천드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 선명해지는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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