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당간 안성 죽산면 문화,유적
비가 갠 이른 오전, 안성 죽산면의 들길을 따라 칠장사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짙은 안개가 걷히자 멀리서 높이 솟은 석조 당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칠장사 당간(七長寺 幢竿)’이었습니다. 주변이 고요해 그 높이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형태에서 세월의 기개가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돌기둥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미세한 휘파람소리가 났습니다. 불교의 깃발을 세웠던 자리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단순한 돌기둥이 아니라 신앙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오래된 돌의 표면에 흐르는 이끼 빛마저 고요하게 빛났습니다.
1. 죽산면 들녘을 지나 도착한 길
칠장사 당간은 죽산면 칠장사로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칠장사 당간’을 입력하면 절 입구 도로변 바로 옆으로 안내되며, 인근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으면 길가에 세워진 석조 기둥 두 개가 눈에 띕니다. 아침 햇살이 돌기둥 표면에 비치며 미세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소나무와 들풀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고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사찰의 웅장함 대신, 오래된 유적 특유의 정숙함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작은 돌계단을 올라가니 돌 표면의 결이 손끝에 느껴졌습니다.
2. 간결하지만 힘이 있는 구조
칠장사 당간은 높이 약 5.5미터로, 두 개의 화강암 기둥이 서로 마주 서 있습니다. 각 기둥의 윗부분에는 쇠막대를 끼웠던 홈이 남아 있어, 과거에는 불교 깃발을 매달았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돌은 거칠게 다듬지 않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려 제작되어 있습니다. 표면에는 세월의 풍화로 인한 자국이 있지만, 균형과 비례가 매우 안정적입니다. 당간의 하부에는 낮은 받침돌이 남아 있으며, 그 아래쪽으로는 흙길과 자연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 속에서 장인의 손길과 당시 불교미술의 절제미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3. 칠장사와 당간의 역사적 의미
이 당간은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칠장사는 경기도 남부 불교의 중심 사찰 중 하나로, 당간은 사찰 입구에 세워 불교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물이었습니다. 지금은 깃발이 사라졌지만, 두 개의 기둥만으로도 당시의 위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72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0호로 지정되었으며, 인근 칠장사 대웅전과 함께 중요한 불교유적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균열이 생겼지만, 기둥은 여전히 곧게 서 있으며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에도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켜온 존재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4. 단정하게 정비된 주변 환경
당간 주변은 작지만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돌기둥 주변에는 낮은 철제 보호울타리가 둘러져 있었고, 안내판에는 제작 시기와 구조, 불교적 의미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주변의 풀은 일정한 높이로 깎여 있었고, 작은 벤치가 하나 놓여 있어 잠시 머무르기 좋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나무 가지가 흔들리며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었습니다. 비 온 뒤라 공기가 맑고, 돌기둥의 색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불교 유적임에도 인공적인 장식이 거의 없어 오히려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요하고 단아한 풍경이 오래 머무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5. 인근에서 함께 둘러볼 만한 곳
당간을 둘러본 뒤에는 바로 인근의 ‘칠장사’ 본 사찰로 향했습니다. 입구에서 불과 200미터 거리로,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걸으면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석등이 어우러진 경내는 경건하면서도 평화로웠습니다. 이후 차로 10분 거리의 ‘죽산삼남길’을 따라가며 가벼운 산책을 즐겼습니다. 들꽃이 피어 있는 길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당간에서 느꼈던 고요함을 이어주는 듯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죽산면소재지의 작은 식당에서 된장국과 보리밥을 먹었는데, 담백한 맛이 사찰 방문의 여운과 어울렸습니다. 하루 일정이 조화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점
칠장사 당간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가 없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돌기둥 주변의 흙길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진 촬영은 자유롭지만, 당간 내부 보호 울타리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빛이 돌기둥 표면에 비스듬히 비쳐 석재의 질감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벌레가 많아 긴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바람이 세차게 부니 따뜻한 복장이 필요합니다. 짧은 관람에도 불구하고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마무리
칠장사 당간은 단 두 개의 돌기둥으로도 오랜 신앙의 상징을 보여주는 유적이었습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세월을 견뎌낸 돌의 질감과 고요한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불교의 깃발이 펄럭이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경건한 기운으로 가득했습니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이게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안개가 낀 새벽에 다시 찾아, 돌기둥 위로 떠오르는 빛을 보고 싶습니다. 안성의 역사와 신앙이 조용히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유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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